
마부가 나귀 등에 짐을 싣고 거리로 들어섰습니다.
"조심조심 걸어라. 이 짐은 아주 소중하니까 조심해야 한다."
마부는 나귀의 갈기를 쓰다듬어 주며 몇 번이나 같은 말을 하였습니다.
나귀는 주인이 채찍질 대신 친절하게 갈기를 쓰다듬어 주자 기분이 좋았습니다.
더욱이 길을 가던 사람들이 자기를 향해 꾸벅 꾸벅 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 자기에게 돌멩이를 던지며 짖궃게 굴던 아이들까지도 절을 하자,
나귀는 더욱 우쭐해졌습니다.
"이거 정말 희안하군, 사람들이 갑자기 나를 존경하게 되다니.
으허험. 이제야 내가 얼마나 멋지고 잘난 나귀인지를 알아 주는구나!"
나귀는 임금이라도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길 가운데에 떡 버티고 섰습니다.
"어, 아니 이놈이 갑자기 왜 이래? 이랴! 이랴! 어서 가자."
마부가 고삐를 아무리 잡아 당겨도 나귀는 콧방귀만 뀔 뿐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화가 난 마부가 나귀의 궁둥이를 걷어찼습니다.
"이놈아! 사람들이 절하니까 너를 존경하는 걸로 착각하느냐?
너보고 절을 한 것이 아니라, 네 등에 실린 임금님의 초상화에 대고 절하는 것을 알아야지!"
미련한 나귀는 다시 채찍질을 당하며 길을 가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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